우리가 그리는 모든 것은 변하고 사라진다.
그 순간이 나로부터 가까운 내일인가, 먼 미래인가, 그것만 다를 뿐이다. 그래서 지금의 기록이 소중하다. 어반스케치(urban sketch)나 사진작품 같은 현장기록 덕분에 지켜가야 할 것과 사라지게 놔 둘 것을 잘 구별할 수 있다면…, 그런 것에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대를 갖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 어반스케처 김대영
홍제천 자전거 길을 따라 상류로 계속 올라가다보면 천변길이 한번 끊어진다. 홍제천을 복개한 위로 견인차량 보관소와 유진상가가 있기 때문.
하천을 복개한 인공대지 위 유진상가. 그냥 유진상가라고 부르지만 상가는 저층부이고 상층부는 유진맨숀이다. 한때는 고위급 공무원과 법조인들이 분양받아 살았던 고급아파트였단다.
이곳에서 바라본 유진맨숀 좌측으로는 인왕시장이 활기있게 펼쳐져 있고, 우측의 내부순환도로는 B동의 절반을 깎으며 B동의 머리 위를 지나간다.
언젠가 사라질 것에 대한 아쉬움으로 현장에서의 어반스케치 기록을 남긴다.
홍제동 #2 | 유진상가 (240x155mm Canson Vidalon; Micron 01, 03, Winsor & Newton Watercolor, Waterbursh-L)
서대문구 홍제동 294-47에 위치한 지상 5층 A, B동으로 구성된 주상복합. 건축 당시에는 군사적 용도까지 염두에 두고 튼튼한 구조로 지었다고 한다(1970년). 건물 전체는 복개천 위에 지어져 있으니 대지지분도 없고 엘리베이터도 없다. 내부순환도로가 고가형태로 생기면서 B동의 두개층(4층~5층)은 뜯겨 나가 B동의 아파트도 없어졌다.
하천을 복원하고 고층 주상복합으로 사업성을 높인다는 재건축계획(2010년 조합설립인가) 이후 시공사의 시공포기, 경기침체, 상가세입자대책, 아파트주민보상 등 해결과제가 많아 사업시행은 지지부진하다. 언제 철거될지 모를 이 주상복합은 유지관리, 개보수를 하지 않는 분위기다.
- 유진상가에 대한 더 많은 정보는 아래 참조
– 한겨레 21 [제927호] “유진상가, 비루하고 데데한 유신 건축물의 비애” 2012. 9. 3.
– 서대문사람들 “홍제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2015. 8.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