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국내에 코워킹스페이스가 전무하던 시절,
우리가 코워킹스페이스를 기획하면서 가장 걱정했던 건
‘외국에서 붐을 일으키고 있는 이 사업이 과연 국내에도 먹힐까?’였다.
우선 우리가 두개층을 비즈니스센터로 운영하고 있던 신사동 건물의 2층 헤드오피스를 공유오피스로 리뉴얼하여 테스트해보기로 했다.
30평 남짓의 작은 공간이지만 공식 1호점을 위한 테스트베드로는 충분한 공간이었다.
공유오피스 자체가 당시에는 매우 낯설었던 사무 환경이었기에 고객을 설득시키는데 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했지만 한번 이용해 본 고객은 매우 만족스러워했고 이 경험을 토대로 우리는 용기를 얻어 광화문에 슈퍼에그플레이스를 만들었다.
보시는 분마다 “우와~”를 연발하며 분위기가 너무 좋다고 했지만,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전통적인 사무실에서만 일해오신 분들이어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용하는 오픈된 공간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 같은 것이 있었다. 초기에 우리가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1인실이나 2인실은 없어요?”였다. 초기 한두 달간은 많은 좌석이 비어있는 채로 흘러갔다.
‘역시 한국에서 코워킹은 힘든걸까? 왜 오픈된 공간을 부담스러워 하는걸까…’ 하는 고민과 논의 끝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타인의 시선에 신경을 많이 쓰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우리는 외국에서 들어온 이 낯선 환경에 좀 더 현지화 과정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주 동선상 타인에게 모니터를 보이지 않도록 책상을 재배치하고, 적절한 시선 차단과 개방감의 경계 유지를 위해 파이프로 파티션 형태를 잡고, 광장시장에서 캔버스 천을 알맞은 사이즈로 재봉하여 파티션을 제작하였다.
각 데스크가 마치 독립사무실에 있는 것처럼 안정감이 있으면서도 답답하지 않은 공간이 만들어졌다.
2명이서 함께 일하는 분들을 위해 2인 좌석도 몇 군데 마련하였다.
좌석 배치를 바꾸고나니 가장 구석진 자리부터 순서대로 이용자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약간에 시행착오가 있긴했지만 많은 고민을 한 만큼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었다.
우리 센터를 방문하셨던 분들의 또 한가지 걱정은 소음이었다.
‘이런 오픈된 공간에서는 타인의 소음 때문에 불편하진 않을까..’, ‘내가 내는 소음이 타인에게 불편을 끼치진 않을까’ 하는 걱정에 이용을 망설이시는 모습에 우리는 다시 고민에 빠졌다. 우리는 독서실 같은 조용함도 카페 같은 시끌벅적함도 원치 않았다. 일반적인 사무실에서 느낄 수 있는 소음 딱 그 정도가 적당했다. 누군가는 전화 업무를 보고 누군가는 팀원과 의견을 나누고 커피 머신이 돌아가고 적당한 볼륨의 음악이 깔려있는 딱 적당한 정도의 소음.
이건 우리만의 노력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입주하시는 분들께 각자의 데스크에서 통화나 팀원 간 의견을 나누셔도 되지만 적당한 크기의 목소리를 부탁드렸고, 통화나 회의가 길어질 땐 폰부스나 회의실을 이용해 달라고 말씀드렸다. 각자가 자신의 업무를 함에 있어 지나치게 조심스럽지 않으면서도 타인에게도 불편을 주지 않는, 적당한 소음을 유지하기 위해 분위기를 조성해 나갔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타 여느 코워킹의 자유분방함과는 다르게 우리만의 컨셉과 분위기가 자리 잡았고, 그게 마음에 들어 슈퍼에그를 이용하시는 분들이 점점 많아졌다. 실제로 한번 이용하기 시작하면 2~3년씩 오래 이용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우리는 보여주고 싶었다.. 코워킹은 자유분방한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결코 아니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