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Sketch by Super Egg

오래 남아있어 주길 – 홍제동 01 장수목욕탕

“목욕탕 갔다오자~!”

형은 주말이 되면 종종 나를 데리고 동네 목욕탕에 갔다. 목욕탕에 같이 있는 시간 형은 늘 든든하고 따뜻했다. 손 닿기 어려운 등과 옆구리까지 꼼꼼하게 때를 밀어주었고, 사춘기를 지날 때는 형의 몸을 보며 내 몸의 변화에 대하여 안도감도 느꼈던 것 같다.

이곳은 자주 지나는 길가에 있는 홍제동 장수목욕탕이다. 

어릴 적 바로 그 목욕탕은 아니지만, 이 곳을 바라보면 아련한 추억과 그때의 감상이 떠오른다.

대형 찜질방도 좋지만 성별이 같은 가족끼리, 또는 친구들과 함께 가는 이런 단일 용도의 목욕탕도 좋다. 서울에 아직도 이런 종류의 오래된 단일 목욕탕들이 여러 곳 있다. 아마도 수익성은 좋지 않고 점점 사라지고 있겠지만… 가능하면 우리 곁에 오래오래 남아주면 좋겠다. 


홍제동 #1  |  장수목욕탕 (A4 Canson Vidalon; Holbein Drawing Ink-Sienna, Winsor & Newton Water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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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rows1장수목욕탕은 건물 1층에 있는데 창문을 가리기 위해 초록색 철판을 덧대었다. 빨간벽돌과 검정타일, 초록색 철판, 노랗고 동그란 간판 때문에 색조대비가 강렬하다. 장수목욕탕이 접하고 있는 도로의 공식적인 명칭은 ‘모래내로’라고 쓰여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화장터길’이라고 부른다. 일제시대 시립장제장(市立葬薺場)을 이 근처(현 고은초)로 자리를 옮겨 40년간 있다가 후에 벽제로 옮겼다고 한다(1970년). 그러니까 46년전에 없어진 화장터가 아직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 장수목욕탕은 서대문구 홍제동 157-73 1층에 있고 2층은 미싱을 돌리는 공장, 3층은 주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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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계획을 전공한 도시공간 기획/개발/운영자, 크레던스매니지먼트와 슈퍼에그플레이스 설립자, 2014년부터 drawing을 시작하여 주말과 휴일에 Seoul Sketcher로 활동. 스케치를 하며 도시공간 곳곳의 의미를 기록하고 더 깊은 애정을 쌓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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