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Seoul Sketch를 시작한 당신, 왜 도시공간을 스케치 하는가?
이 질문에 나만의 답을 하자면 이렇다.
사진이 더 이상 작가의 것이 아닌 것이 되어 버린 디지털 시대, 스마트한 시대
어딘가 의미를 두고 무언가를 기록하기에는 너무도 빨리 변화하는 도시공간
어차피 바뀌어 버릴 재빠른 남의 도시에서
난 대체 무엇하러 쭈그리고 앉아 가던 길 멈칫하여
애써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
글쎄…
우리라는 존재도 도시를 구성하는 하나의 구성체
빨리빨리 살아가다 살아가다 얼마 지나면 곧 사라지는 것 아닌가
나와는 다른 인류로 빠르게 교체되어 가는 이 도시에서
내게 의미 있는 공간을 찾아 기록해 보기로 한다.
연희동 #2 | 꽃집이 있는 이층집 (187x129mm; STAEDTLER PIGMENT LINER 0.1)
연희동 단독주택가. 한때는 1층에 보습학원이 있던 상가주택이다. 1층이 꽃집(‘flower studio’라고 써 있지만 우리는 고집스럽게도 ‘꽃집’이라 부를 것이다)으로 바뀌었다. 2층에는 주택이 있는데 철물로 제작한 창살이 인상적이다. 외벽과 창살이 모두 흰색으로 화려하면서도 단정하다. 꽃집과 주택이 참 잘 어울려있다.
도시공간에 대한 나의 스케치는
내 손으로 기록한 순간의 장면이자 주관화된 도시공간의 일면이다
변해버림으로 결국 없어질 공간의 기록일지라도 그 시공간을 느끼며 살고 있는 나는
그 소중한 시공간에 애정을 담아 스케치한다. 스케치를 하고 나면 더 애정이 깊어진다.
나도 변해가고 스케치 대상도 변해가겠지.
그렇다. 변하니까 기록하는 것이다.
변하지 않는 것은 기록할 필요가 없으므로.
– 2016. 4. 4. 김대영
연희동 #3 | 치킨집 출입문 풍경 (A6; STAEDTLER PIGMENT LINER 0.3, GREY MARKER & COLOR PENCIL)
홍제천변이 한강까지 이어지는 산책공원으로 조성되고부터 홍제천 주변에 식당과 커피숍들이 군데군데 들어섰다. 이곳은 홍제천변 장작구이 치킨집이다. 주문한 치킨을 기다리고 있는데 출입문 밖으로 음료 배달차가 막 도착했다. 운전수는 차에서 음료박스를 내리며 점주와 이야기를 나눈다. 지난번까지 들여놓았던 음료에 대해 결재를 했는지…, 일종의 수금 확인을 한다. 내가 형태를 다 그릴 때까지 떠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채색은 집에 돌아와 마무리했다.